‘AI는 도구다’라는 두 판결 — DABUS가 미국·일본에서 연달아 진 진짜 이유

며칠 사이에 기사 두 개를 봤다. 미국은 “AI 그림엔 저작권 없다”, 일본은 “AI는 발명자 아니다”. 제도도 나라도 다른데 결론은 똑같다. 근데 이걸 “그래서 AI는 사람이 아니라 도구네”로 읽으면 판결이 실제로 말한 것보다 훨씬 많은 걸 말하게 된다. 결론부터: 이 판결들이 판단한 건 AI의 본질이 아니라, 낡은 법의 문구다.


두 기사, 사실은 하나의 사건

두 판결은 나라도 제도도 다른데, 놀랍게도 같은 인물·같은 AI에서 나온 일련의 소송이다. Stephen Thaler라는 과학자가 만든 DABUS(문서에 따라 Creativity Machine으로도 불린다)라는 AI 시스템이 주인공이다. 이 사람은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AI가 스스로 만든 창작물·발명을 AI 이름으로 등록해달라”며 소송을 걸어왔고, 미국·일본·영국·유럽 대부분이 같은 방향으로 결론을 냈다.

구분미국일본
제도저작권특허
법원 · 시점D.C. 연방항소법원, 2025.3.18최고재판소 상고 기각, 2026.3.4 확정
원고 · AIStephen Thaler · DABUS동일 (Stephen Thaler · DABUS)
결론AI가 만든 그림엔 저작권 없음AI는 발명자로 인정 안 됨
핵심 근거인간 저작자 = 근본 요건발명자 = 자연인만 가능

미국 D.C. 항소법원은 저작권법이 요구하는 ‘저작자’는 인간이어야 한다고 봤다. 특히 저작권법의 여러 조항이 인간을 저작자로 규정하는 반면, ‘기계’는 인간이 창작 과정에서 쓰는 도구로 정의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일본은 2026년 3월 4일 최고재판소가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하면서, “특허법상 발명자는 자연인이어야 한다”는 하급심 판단이 그대로 확정됐다.

여기까지만 보면 “AI = 도구” 결론이 깔끔하게 나온다. 근데 판결문을 뜯어보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오해 세 개를 짚어보자.


오해 1 — 이건 “AI가 뭔지” 판단한 게 아니다

가장 중요한 지점. 이 판결들은 AI의 본질을 규정한 게 아니라, 현행법을 해석한 것이다.

미국 저작권법(1976)이든 일본 특허법이든, AI가 존재하기 훨씬 전에 인간 창작자를 전제로 쓰인 조문이다. 법원은 “AI는 도구다”라고 선언한 게 아니라, “지금 이 법의 문구는 인간 저작자·발명자를 전제로 짜여 있고, 사법부가 판결로 그 틀을 새로 쓸 수는 없다”고 말한 것이다.

실제로 미국 법원은 판결문에 이런 여지를 남겼다 — 향후 AI가 경제적 인센티브에 반응하게 되거나 인간 저작자 요건이 창작을 위축시킨다면, 그때는 의회와 저작권청이 대응할 수 있다. 입법으로 바뀔 문이 명시적으로 열려 있다. “AI는 도구다”보다 “법이 아직 안 바뀌었다”에 훨씬 가까운 판결이다.


오해 2 — ‘사람이냐 도구냐’는 틀린 질문이다

법이 실제로 물은 건 훨씬 좁다. “AI가 사람이냐”가 아니라 “AI가 권리를 원천적으로 발생시키는 주체(저작자·발명자)가 될 수 있느냐”였다. 이 둘은 다른 질문이다.

법인격만 봐도 그렇다. 회사(법인)는 생물학적 인간이 아닌데도 저작권을 소유할 수 있다. 그런데도 저작물을 처음 만들어낸 원천 ‘저작자’는 자연인이어야 한다. 그러니까 기준은 “생물학적 인간이냐”가 아니라, “창작·발명이라는 행위를 그 존재의 지적 기여로 볼 수 있느냐”에 가깝다. 층위가 나뉜다.

자연인 (사람)법인 (회사)AI (현행법)
권리를 소유할 수 있나?
원천 저작자·발명자가 될 수 있나?△ (고용저작으로 ‘의제’만)

“사람 / 도구” 두 칸이 아니라 최소 세 층위다. 법인은 사람이 아닌데도 권리를 소유하고, 고용저작(work-made-for-hire)으로 저작자로 의제되기도 한다. 그런데도 “처음 창작한 존재”로는 인정 안 된다. AI는 현재 그 두 칸 모두에서 빠져 있다. 그러니 “AI는 도구”라는 말은 정확히는 “AI는 아직 어떤 권리 층위에도 들어가지 못한 상태”로 옮기는 게 맞다.


오해 3 — AI 쓴 작업이 전부 배제되는 건 아니다

흔한 오해 하나. “그럼 AI 쓴 결과물은 저작권을 못 받네?” — 아니다. 미국에서도 (콜로라도 Allen 사건처럼) 인간의 창작적 통제·기여가 충분하면 그 인간 기여분은 보호받을 여지가 있다. 법이 긋는 선은 “AI 사용 금지”가 아니라 “인간의 창작적 입력이 어디까지 있었나”다.

DABUS가 전부 진 이유도 여기 있다. 원고가 애초에 “AI가 스스로, 인간 개입 없이 만들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스스로 그 문을 닫아버린 셈이다.


그래서 — 기술 트랙과 제도 트랙은 따로 논다

RL이나 자율 에이전트를 만지작거리다 보면 이 대목에서 묘한 긴장이 느껴진다. “AI가 실제로 얼마나 자율적인가”라는 기술적 질문“그 결과물의 권리를 누구에게 귀속시킬 것인가”라는 제도적 질문이 완전히 따로 굴러간다.

기술적 질문 (엔지니어) AI가 실제로 얼마나 자율적인가? 강화학습 · 자율 에이전트 · 창발적 행동… 제도적 질문 (법 · 정책) 권리를 누구에게 귀속시킬 것인가? 저작권법 · 특허법 · 입법 논의… 서로 따로 굴러간다

DABUS가 정말 “자율적으로 생성했다”는 주장이 사실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법은 애초에 그 질문에 답할 조문 자체가 없다고 답한 셈이다. 법원이 판단한 건 “DABUS가 자율적이냐”가 아니라 “우리 법에는 그런 걸 발명자로 적을 칸이 없다”였으니까.


정리

  1. “AI는 도구다”는 지금 이 순간의 법적 스냅샷으로는 맞다. 단, 그건 AI가 본질적으로 도구라서가 아니라, 인센티브를 인간에게 주도록 설계된 낡은 법 구조가 아직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2. ‘사람 vs 도구’ 이분법은 실제 쟁점보다 넓다. 법인이라는 중간 층위가 이미 있다. 진짜 질문은 “누가 원천 권리를 발생시키는 주체인가”다.
  3. 기술이 계속 달려가면 제도가 새 칸을 만들어야 하는 순간이 온다. 그 칸 이름이 ‘도구’일지,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일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출처: Thaler v. Perlmutter (D.C. Cir., 2025.3.18) / 일본 최고재판소 상고 기각 (2026.3.4, IP고재 2025.1.30 판단 확정). 정리: 202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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