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커리어 설계

당신의 커리어를 직접 설계하지 않으면, AI가 대신 설계해줄 것이다

“삶을 살기에 너무 바빠서 삶에 대해 생각할 틈이 없어요.”

『에센셜리즘』의 저자 Greg McKeown이 어느 클라이언트에게서 들었다는 말입니다. 10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이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뒷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지금, AI가 빠르게 세상을 바꾸는 이 시점에 다시 읽으니 그 충격이 여전합니다.


바쁜 것과 나아가는 것은 다르다

우리는 매일 바쁩니다. 미팅이 있고, 슬랙 알림이 쏟아지고, 마감이 있고, 배워야 할 새 기술도 산더미입니다. 요즘은 여기에 “최신 AI 도구 따라잡기”까지 더해졌죠.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모든 바쁨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누군가가 원하는 방향으로 떠밀려가고 있는 건지 구분이 잘 안 될 때가 있습니다.

McKeown은 오래전에 이런 함정을 경고합니다. 커리어 안에서 바쁘게 살다 보면, 정작 커리어 자체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잃어버린다고요. 그래서 그는 연말 연초에 몇 시간을 따로 내어 자신의 커리어를 스스로 설계해보는 과정을 제안합니다. 지난 12개월을 돌아보고,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을 솔직하게 적어보고, 핵심 목표를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는 과감히 지우는 것입니다. 두 시간을 제대로 쓰면 앞으로의 8,760시간이 달라진다는 말과 함께요.

단순한 이야기 같지만,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AI 시대에도 이게 유효할까?

솔직히 저도 처음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AI가 이렇게 빠르게 변하는데, 1년 앞을 계획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어차피 다 바뀔 텐데.”

하지만 생각할수록 오히려 반대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AI 시대일수록, 커리어를 스스로 설계하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첫 번째, AI는 ‘다음 스텝’을 너무 쉽게 제안해줍니다.

“요즘 뭘 배워야 해?”라고 AI에게 물으면, AI는 친절하고 논리정연하게 답해줍니다. 문제는 그 답이 평균적인 사람에게 맞는 답이라는 거예요. 내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고 싶고, 무엇을 잘하는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나온 조언입니다. 내 커리어의 방향이 없으면, AI가 만들어준 ‘그럴듯한 로드맵’을 그냥 따르게 됩니다. 스스로 설계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위임한 것이죠.

두 번째, AI가 못 하는 것이 있습니다.

AI는 제 과거의 실패와 성공이 쌓인 맥락을 모릅니다. 제가 어떤 일을 할 때 시간 가는 줄 모르는지도 모릅니다. 어떤 사람들과 일할 때 에너지가 생기는지도요. 이런 것들은 지금도, 앞으로도 스스로만 알 수 있습니다. 커리어의 방향은 여전히 인간의 몫입니다.

세 번째, 변화가 빠를수록 ‘닻’이 필요합니다.

바다가 잔잔할 때는 닻이 없어도 배가 크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파도가 높아지면 닻이 없는 배는 떠내려갑니다. AI로 인한 변화의 파도는 지금도 높고, 앞으로 더 높아질 겁니다. 그 파도 속에서 “내가 왜 이 일을 하는가”, “나는 어디로 가고 싶은가”라는 자기만의 닻이 없으면, 그냥 물결이 이끄는 대로 흘러가게 됩니다.


그래서, 무엇을 해볼 수 있을까?

McKeown의 제안을 AI 시대 버전으로 살짝 재해석해보면 이렇습니다.

1. 지난 1년을 돌아보세요. 내가 실제로 어디에 시간을 썼나요? 보람을 느낀 순간은 언제였나요? 반대로 에너지가 빠진 순간은요?

2. “AI가 대체하면 어쩌지?”가 아니라, “AI가 도와준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물어보세요. 두려움에서 시작하면 방어적인 선택을 하게 됩니다. 가능성에서 시작하면 다른 그림이 그려집니다.

3. 올해의 커리어 목표를 하나만 고르세요. 하나만요. 두 개도 아니고, 하나입니다. 그 하나를 중심으로 다른 선택들을 정렬하는 겁니다.

4. “하지 않을 것”을 결정하세요. 이게 가장 어렵고 가장 중요합니다. AI 관련 공부라도 다 할 수는 없습니다. 내 방향과 관련 없는 것에 “노(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치며

McKeown의 글 제목은 “If You Don’t Design Your Career, Someone Else Will” 입니다. 2014년에 쓰인 문장인데, 지금 읽으면 “Someone Else” 자리에 AI가 들어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AI는 적이 아닙니다. 잘 활용하면 커리어 설계를 도와주는 훌륭한 도구가 됩니다. 하지만 도구는 방향을 알고 있는 사람이 쥐어야 제대로 작동합니다.

방향을 정하는 일은, 여전히 우리 몫입니다.


참고: Greg McKeown, “If You Don’t Design Your Career, Someone Else Will” (2014)

댓글 남기기

이 사이트는 Akismet을 사용하여 스팸을 줄입니다. 댓글 데이터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