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들이라면 개발자 이외의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뭐 있을까란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럴 때 생각나는 게 있다면 난 우선은 이 말을 꺼내고 싶다.
산업기능요원 시절의 일이었다. 안드로이드가 당시 2.3 버전으로 막 풀어다니고 안드로이드 폰이라고는 갤럭시 아니면 거의 개판 오분전이었던 당시. 메뉴 버튼이 있었다. 누르면 팝업된다. iOS의 액션 시트와 비슷하게 올라온다. 단, 차이가 있다면 그때는 안드로이드에 하드웨어 버튼으로 있었다.(지금도 갤럭시 시리즈에는 그게 꾸준히 달려있다. 넥서스 시리즈에서는 없어진 지 오래다) 근데 뭣도 모르는 영업실적 밑바닥인 영업부장이 그걸 구현하라고 했다.ㅡㅅㅡ
그 당시에는 기술팀을 따로 담당하던 팀장이 없었다. 게다가 정규직 개발자라고는 한명 뿐이었고, 나를 포함한 셋은 병특이었다. 이런 개발팀을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면서 끼고 있던 부장이 개발에 대해서 말하면 한마디 통하지도 않는다. 이런 게 가능하냐고? 장담하는데 이런 게 사장부터 시작하면 답 없다. 근데 한국 기업의 약 80% 이상은 이렇다고 한다.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요즘 대기업은 그나마 좀 물갈이 되어가지만, 임원은 어림도 없다)
이사람들이 멋대로 단정짓고 개발하라는 말 때문에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없는 버튼을 어찌 만드냐고 하니 대답도 안하고 회의 끝냈다. 그러면서 사장한테는 이런 기능이 있어야 된다면서 나더러 해야 할 구실을 만들게 했다.
이런 건 제발 사전에 예기 하고 해야된다고 하니 예기했다고 한다. 안드로이드 개발자한테만.
…..이런 거 멋대로 좀 단정짓고 하지 마세요.
그리고 이번에 있던 일에서도 그랬었다. 개발자가 그냥 멋대로 단정짓고 사장이 그냥 멋대로 단정짓고 해서 내용 수정 요청만 줄줄이 있고, 그 밑에서 프로그램 버그 잡기도 무지 바쁜 내가 버그 고쳤더니(이 버전을 A라 한다) 고친 버전 테스트 하기도 전에 버전을 가지고(이 버전을 B라고 한다) 오류라면서 추가로 막 던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거 수정해 주면 내가 던져줬던 것 중에서 버그라면서 계속 던져준다. 여기에 한술 더 뜨면, B에서 수정 못한 버전은 당연히 A에서도 나온다. 근데 그걸 가지고 계속 안고친다고 난리치기 시작하면 답 없다. 난 B의 오류 레포트를 받으면서 새로 보고받은 것이다. A에까지 적용 안되어 있을 가능성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근데 그걸 가지고 일 안하니 뭐 그러니…
그러다가 잘 안되니 멋대로 시방서를 고쳤다. 그리고는 나한테 한참 뒤에 알려준다. 이거 바뀌었는데 왜 적용 안되었냐고… (진짜 가관인 건, 나중에 본인들이 왜 고쳤는지도 모르는 채로 와서 따진다)
본인들 버그가 있어도 ‘본인들 버그 아니다. 소프트웨어 버그다’라면서 “추측성” 레포트를 올리고, 난 소스 보면 제대로 되어 있고, 본인들 생각대로 동작 안하니 욕은 다 하면서 뒤로 은근슬쩍 수정하고 있고..
제발 멋대로 단정짓고 일 진행하지 말았으면 한다. 아님 자기들이 나서서 개발하던가.